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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장바구니에 담을 수 없는 '개인적인 것'의 환상

by sstones 2026.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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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것에 대하여

얼마 전 다녀온 전시회에서 발걸음을 오래 멈추게 한 내용이 하나 있었습니다. 누구나 '개인적인 것'을 꿈꾸지만, 진짜 '개인적'인 게 있는지 의문이다. 세상에 '개인적'인 건 없고 우리 각자에게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문장을 곱씹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예전에 본 패션유튜브채널에서 '이번 여름 필수 코디'라는 내용의 영상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영상을 멍하니 보다 보니 어느새 저도 모르게 '나도 저런 옷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쇼핑몰 링크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이 기계적인 메커니즘의 반복 속에서, 문득 전시장에서 보았던 그 내용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돈을 지불하고 남들이 다 입는 필수 아이템을 사면서, 우리는 과연 이것을 '나만의 개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인정하기 싫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현실을 바라보면, 우리가 말하는 '개인적인 스타일'이란 어쩌면 정교하게 만들어진 환상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나만의 확고한 취향을 외친다 한들, 결국 우리는 기성복 브랜드들이 만들어내어 세상에 널려 있는 수만 개의 물건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그 흔한 옷들을 기가 막히게 조합하여 독창적인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스타일링' 역시 소수의 사람들이 타고난 예리한 '감각'의 영역일 뿐입니다. 저처럼 옷의 소재나 핏을 예민하게 구분할 줄 모르는 평범한 사람에게, 수많은 기성품 사이에서 완전무결한 나만의 개성을 창조해 내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과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패션이란 결국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저 시대에 따라 사람들끼리 '이건 세련되었다', '저건 촌스럽다'라고 합의한 기준을 따라가는 일종의 눈치 게임에 불과합니다. 어느 정도 수용되는 패션의 울타리 안에서 조금 덜 튀고, 조금 더 깔끔해 보이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죠. 전시회의 문장이 말했던 "개인적인 건 세상에 없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로 들립니다. 쇼핑몰의 진열대 위나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세상) 속에는 애초에 나라는 개인의 고유함이 존재할 리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남들이 정해둔 정답지를 장바구니에 담으며 그것이 나의 취향이라고 스스로를 속여왔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진짜 '개인적인 것'은 세상의 물건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 마음의 태도, 즉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유행하는 옷을 입지 않았다고 해서 초라함을 느끼지 않는 단단함. 혹은 남들 눈에는 조금 촌스러워 보일지라도 내 피부에 닿았을 때 가장 편안한 낡은 티셔츠 한 장을 기꺼이 입고 나설 수 있는 여유. 어쩌면 진짜 개인적인 스타일이란, 타인의 시선이나 시대의 수용 여부에 억지로 나를 끼워 맞추려 애쓰지 않는 그 편안한 체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우리의 스마트폰은 '당신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라며 수많은 물건을 들이밀며 유혹합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결제하기 직전,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지금 사려는 것이 정말 내 안에서 원했던 '개인적인 것'인지, 아니면 그저 세상이 정해준 '이번 계절의 정답지'인지 말입니다. 진정한 나다움은 결코 장바구니 안에 담을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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